생각의 창고를 열 금고 열쇠 바늘

생각의 습관이 굳어지면 가장 먼저 의사소통에 장애가 생긴다. 생각의 습관이 굳어지면 자연스레 사고의 문이 좁아진다. 이런 상태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종일관 불편함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생각의 습관은 생각하는 방법이 어떤 훈련을 통해 굳어진 결과이다. 은행에 있는 커다란 금고를 열기 위해서는 금고 열쇠의 바늘을 면밀하게 조정하여야만 가능하다. 이렇듯 생각의 바늘도 면밀히 움직여 커다란 생각의 창고를 열 수 있을 가능성은 없을까.

식탁에 놓인 컵도 정면으로 보거나, 측면으로 보았을 때 빛의 각도와 컵에 그려진 문양에 따라 달리 보인다. 늘 보던 컵도 다르게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세상을 보는 눈도 달리할 수 있지 않을까. 조금만 각도만 바꾸어도 그동안 보지 못했던 모습을 새로이 발견할 수 있고 그로 말미암아 사고의 문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가능성의 문이 열리는 것이다.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스스로를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는 힘을 기른다면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새로운 가능성과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문화는 유교사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 한들, 유교사상은 한국인의 생각의 뼈대이고 인간됨을 판단하는 뿌리이다. 우리만의 고유성과 독창성을 가지는데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지만 개인이 유교적 체제 속에 종속된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여기에서 새로운 시각을 키울 가능성을 방해한다는 유교사상의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난다.

공자는 인간의 자연스러움 보다는 노력을 통해서 더 나은 사회 구성원으로 거듭나는 철학을 창조했다. 무엇이 이 ‘더 나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지도 공자 자신이 창조했다. 그의 철학은 자기수양을 목표로 하는 중요한 교훈을 남긴 것은 맞지만, 그 목적이 사회와 국가의 발전에 있다. 개인보다도 집단의 번영에 최종적인 가치를 둔 것이다. 집단의 발전에는 큰 성과를 낼 수 있겠지만 개개인이 가진 다양성의 장점은 쉽게 지나칠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다양성은 한 국가가 사회의 틀을 갖추는 단계를 넘어서서 그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각 개인이 가진 다양성이 발휘될 수 없으면 사회는 다음 단계로 진입할 수 없다. 사회의 행복의 척도도 개개인의 행복의 척도에 달려있다. 자신의 삶에 행복과 평화가 없으면 사회에 행복과 평화도 존재할 수 없다. 삶의 변화의 씨앗은 개인에게서 사회로 옯겨지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튼튼한 건물의 뼈대가 가장 밑에서 다져져야 하는 것 처럼 말이다.

유교사상은 위로부터 시작되어 아래로 이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국가가 혼란스럽고 그래서 기강을 바로잡아야 할 때에는 매우 적절한 사상이다. 그러나 사회가 어느정도 자리를 잡고 시민들의 삶에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을 때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개인은 사회로부터 강요당한다는 느낌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삶에 여유가 생기고 자기만의 독창적인 삶을 일구어 나갈 능력이 있지만 사회는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는 답답함을 느끼고 나중에는 정치, 경제적 구조를 탓하면서까지 변화를 요구한다.

여러가지 사회 문제는 이런 오래된 문화의 찌꺼기와 현대 문명의 발전된 생활 방식이 서로 부딪히기 때문에 일어난다. 변화를 위해서는 오래된 문화의 찌꺼기와 현대 문명 둘 다 어떤 합의점에 도달해야만 한다. 문화를 탓해서만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현대 문명의 문제점만을 탓해서도 안된다. 둘 다 조정이 필요하고 개선이 필요하다. 사회와 문화만을 탓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사회와 문화에 불만이 있다면 각 개인이 먼저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손가락을 밖으로 향해 내밀어 비난할 것이 아니라 방향을 바꾸어 자신의 가슴으로 돌려야 한다. 사회가 시민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관용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우리가 먼저 서로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지금 당장 어떤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미래에 다가올 조화로운 사회를 생각하면서 바로 지금, 변화라는 선택을 해야 한다.

개인의 인생이 진화하면 사회도 진화한다. 조화로운 사회라는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개인의 조화로운 삶이라는 씨앗을 심어야만 한다.

(2014년 1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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