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요유 (逍遙遊)는,
고전 [장자]의 첫 번째 편 제목입니다. 뜻을 그대로 옮겨보자면, 자유롭게 한가로이 노니는 것을 말합니다. 겉으로만 보이는 물질적인 가치만을 추구하다가는 진정한 세상의 경지를 결코 경험할 수 없다는 장자님 철학의 핵심을 담고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장자]에서 장자님는 진정한 인간됨의 가치란 세상일을 해결하기 위한 지혜나 기술을 연마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한가롭게 노닐며 여유로이 즐기는 삶에 있다고 강조하십니다.
지난 10년여간 써 온 글들을 온라인 공간을 빌려 이렇게나마 공유하고자 감히 블로그를 열어봅니다. 지난 20여년 간 타국생활을 하며 만난 이야기들을 정리해 보고픈 마음에서 입니다. 장자님의 가르침은 철학의 정수에 해당될 만큼 깊고 넓은 뜻을 가집니다. 감히 자유로이 한가롭게 노니는 삶을 실천해 보고자 하는 소망으로 여러분들과 이렇게 글을 공유합니다.
-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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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음을 깨닫는 순간
깨어있건, 잠에 들어있건 상관없이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는 보이지 않는 미묘한 에너지가 흐르고 있다. 인간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이 에너지의 움직임은 잠을 자건, 일을 하건, 운동을 하건, 쉬지 않고 계속된다. 마치 지구가 쉬지 않고 태양을 돌고, 달이 쉬지 않고 지구를 돌 듯 말이다.
겉으로만 모든 것을 판단하고 인식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는 물질이 보이지 않는 그 무엇보다도 훨씬 더 큰 가치를 지니기 마련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쫓기 위해서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다. 이 과정 속에서 우리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자동차는 석유을 먹으며 움직이고 컴퓨터는 전류의 흐름으로 작동한다. 그렇다면 나무가 나무가 된 원동력은 무엇이고, 꽃이 봉우리를 피우는 힘은 어디에서 왔으며, 나아가 인류는 무엇을 기반으로 하여 태어나고 살아가는 것일까. 기계는 연료와 전기가 원동력이 되지만 생명을 가진 존재에게는 무엇이 원동력이 되는 것일까.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이 ‘미묘한 에너지’는 지구를 공전, 자전하게 만들고 다른 행성들을 움직이게 하는 우주적인 힘, 에너지이다. 생명이 존귀한 이유는, 우리가 존엄한 이유는 바로 우주가 낳은 그 에너지를 안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 에너지는 창조의 힘이며 신비이다. 여태까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도 없었고 증명해 낼 방법도 뚜렷하게 없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이 힘은 모든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쉽게 증명될 수 있다. 생명이 존재하고 행성이 존재하며 태양과 달이 존재한다. 그리고 인류가 존재하고 있다. 이것이 위대한 증거이다. ‘존재한다’는 것은 ‘미묘한 에너지’의 힘을 증명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중요시 여기다 보니 우리는 머릿속에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고 살아간다.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어떤 생각이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그러다 보니 신체적, 정신적 병들이 생겨나고 뭔지 모를 이유로 고통을 받으며 힘겨운 삶을 살아간다.
생명은 창조의 힘을 가지고 있다. 생명은 우주적 신비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무한한 가능성과 엄청난 지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보이는 것들에만 홀려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기계에 더 큰 의지를 하고, 그래서 가능성과 잠재력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기계의 힘에 의지를 하면 할 수록 인류는 존재의 가치와 존엄성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
우리가 인간으로서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감동을 받는 때는 언제일까. 철저하게 계산된 겉모습, 보이는 것들에 의해서 감동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진실로 감동받고 진실로 행복하여 가슴에서 흘리는 눈물을 감추지 못할 때, 그 순간은 어떤 순간인 걸까.
그 고결하고 신비한 ‘미묘한 에너지’ 안에서 인간의 마음은 움직이고 그 마음으로 우리는 다른 생명을 사랑할 수 있다. 사랑을 베푸고 나눔으로써 우리는 이유없는, 조건없는 행복감을 느낀다. 인류는 살아 숨쉬는 것이다. 살아 숨쉰다는 것은 우주의 신비로움이다. 인류는 우주의 신비로움을 처음부터 가지고 태어난다. 이것이 기계와 인간을 구분짓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이다.
미묘함에 가까이 다가가면 갈 수록 우리는 인간으로 존재함을 느낀다. 이것을 느낌으로써 다른 생명들의 중요성도 깨닫게 된다. 이 ‘미묘함’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며, 우주를 존재하게 하는 원동력이며, 신비이다. 이 신비를 가지고 태어난 우리는 그렇기에 우주 그 자체이기도 하다. 이 ‘미묘함’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가장 기본적인 에너지원이다.
(2014년 1월 11일)
2012년, 노르웨이 피요드, 해질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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